조단 갤러리

제목: 정연주 칼럼 - 최악의 대통령
이름: 曺 端 * http://www.zoqmin.com


등록일: 2011-05-30 13:24
조회수: 1214 / 추천수: 151


  미국 역사학자들은 1948년부터 해마다 역대 대통령을 평가해서 순위를 매겨 발표한다. 그런데 조지 부시 전 대통령 경우 그 평가는 혹독했다. 퇴임 전부터 그의 순위는 바닥이었고, 그를 ‘최악의 대통령’으로 지목한 역사학자들도 있었다.
9·11 이후 지지율이 90%에 이르렀던 부시가 몰락하여 이토록 참담한 ‘역사의 평가’를 받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거짓 정보를 근거로 시작한 이라크 침공, 이 과정에서 드러난 거짓과 신뢰의 상실, 이 거짓 전쟁이 초래한 10만명 이상의 인명 살상, 9·11 이후 테러 혐의자에 대한 가혹한 인권침해 사례들, 극도의 종교적 편향성과 여기서 비롯된 독선과 오만, 국제무대에서의 일방주의, 부자 감세와 국방비 증액으로 인한 국가부채의 천문학적 증가, 이로 인한 경제적 곤경, 측근 인사들의 도덕성 문제….

부시는 자신의 종교적 편향성을 숨기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전 텍사스 주지사 시절, 그는 한 무리의 목사들 앞에서 “나는 더 높은 자리(대통령)에 가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했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하나님이 내게 기름을 부으시어 미국을 인도하라 하셨다”는 말도 했다. 이렇게 한쪽으로 쏠린 그의 근본주의적 기독교 신앙은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히게 했고, 그래서 ‘악의 무리’인 이슬람 이교도를 ‘제거’하는 것을 하늘의 뜻으로 보았을 터였다.

부자 감세와 이라크 전비 등 대규모 국방비 증액으로 나라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가 집권했을 때 5조달러 조금 넘었던 국가부채가 8년 뒤 퇴임할 무렵 10조달러를 넘었다. 2007년 9월 이후 하루에 늘어나는 국가부채는 무려 40억달러, 우리 돈으로 5조원이 넘는다. 이렇게 빚이 많은 나라의 경제가 온전할 수 있겠는가.

거짓, 신뢰의 붕괴, 인권침해, 종교적 편향성, 독선과 오만, 부자 감세와 나라 빚 급증. ‘최악의 대통령’으로 지목된 조지 부시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부시와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많이 닮았다. 얼마 전 이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그곳 동포들이 시위를 하면서 내건 플래카드에 적힌 글은 “그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였다. 신뢰의 붕괴 현상을 전세계에 보여줬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뒷걸음을 쳤으면, 미국의 보수적 언론단체인 ‘프리덤하우스’에서조차 우리나라를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강등했을까. 하긴 포스터에 쥐를 그렸다고 법으로 다스리는 나라에 무슨 표현의 자유가 있다 할 수 있겠는가.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 …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 …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 2004년 5월30일에 있었던 그 유명한 ‘서울 봉헌’의 말씀이다. 그 ‘하나님 사랑’이 지극하여 아직도 장관 자리에 ‘소망교회’ 사람들이 등장한다. 5·6 개각 때 내정된 장관 후보자 5명 전원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이어서, 이번 인사를 ‘고소영 2’로 부르는데도 그런 비판이 이 대통령 귓전에서는 그냥 흘러서 지나가 버린다. 국민을 졸로 보는 오만과 독선이 아니고서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어디 이뿐인가. 육해공 참모총장은 모두 영남 출신이고, 이 가운데 육·공군 참모총장은 ‘영포 라인’이다. 3군 참모총장이 영남 출신 일색이 된 것은 김영삼 문민정부 출범 뒤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권도 엠비 사람 싹쓸이다. 금융지주회사인 하나(김승유), 우리(이팔성), 국민(어윤대), 산은금융(강만수) 회장이 모두 엠비와 개인 인연이 깊은 측근 또는 아바타다. 그래서 금융권의 ‘4대 천왕’ 얘기가 나온다.

이런 일들의 연장에서 보면,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비비케이 팀장을 맡았던 은진수씨가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 감사위원이 된 것도 별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끼리끼리 해먹다 보면 견제와 감시가 사라져 순식간에 부정과 부패가 연탄가스처럼 사방에 스멀스멀 스며들게 된다. 지금 그런 조짐은 도처에서 보인다.


정연주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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